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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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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43 2016-06-02

    김민정의 텍스타일 이야기(2)

     

    5월은 전국각지에서 다양한 축제가 많습니다. 그 중 올해 저에게 의미가 있는 행사가 하나 있었는데요, 전주한지패션대전입니다. 전주에서 20년째 열리고 있는 한지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패션 컨테스트인데 제자의 작품이 무려 대상을 받았거든요. 기쁜 소식을 전해준 제자는 한결같이 열심이었던 멋진 청년이었습니다.

     

     

    이번 수상작품은 편직물 드레스입니다. 한지를 이용해 실을 만든 작업과정이 백미인데 제작 과정을 잠깐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한지를 올리브 그린이나 브라운톤으로 물들인 후에 2cm정도 폭으로 자릅니다. 가위로 자르면 한지의 화이버(fiber)들이 깡총하게 잘려버려 풍미를 잃을테니, 플라스틱 자를 대고 가볍게 찢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로써 면으로 존재했던 한지가 선재(線材)로 바뀌는 것이지요. 한지를 구성하고 있는 닥 섬유의 질감도 살리면서 말이죠. 자른 후에 그대로 실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재봉틀을 이용해서 한 가닥 한 가닥 박음질을 해줍니다. 대바늘을 이용해 작업할 때의 장력을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은 실의 굵기에 맞는 바늘을 이용해 짜나가게 됩니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공생을 모색해야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박성현 학생의 작업은 실에서부터의 창작을 통해서 새로운 질감과 물리적 특성을 가진 패션으로 태어났던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접하고 있는 원단에 사용된 실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그것은 실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다른데요, 원료에 의해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방적(紡績)과 제사(製絲) 그리고 방사(紡絲)입니다.

    방적은 길이가 수 센티미터에서 십여 센티미터 이내인 화이버(fiber)를 실로 만들 때 사용합니다. 비교적 짧은 화이버를 가지런히 모아서 다발을 만든 후 실로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이 때 꼬임을 주어서 실로서의 강도도 있고 굵기도 균일하게 만드는 과정인 연사(撚絲) 과정도 거치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을 방적사(spun yarn)라고 하는데 짧은 섬유다발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부드럽고 잔털이 있어서 폭신한 느낌입니다. 양털로 만든 모사나 목화솜으로 만든 면사가 대표적입니다.

     

    9배율로 본 면 방적사 직물

     

    제사는 누에가 만든 고치를 삶아서 고치실을 끌어내어 실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것을 생사(raw silk)라고 하지요. 생사는 꼬임도 보풀도 없는데, 매끄러운 광택이 익히 알고 계신 실크의 그것이랍니다.

     

    9배율로 본 실크 직물

     

    마지막으로 방사는 실이 되기 좋은 폴리머(polymer)를 다양한 방법으로 유동화해서 가느다란 노즐을 통과시켜 길고 긴 섬유다발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태어난 실을 필라멘트사(filament yarn)라고 합니다. 이 실은 섬유다발이 제멋대로 흩어지지 않도록 살짝 꼬임을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매끄러움과 광택이 있지만 생사의 그것과는 어쩐지 다른 차가운 표면의 느낌이 있습니다.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섬유들이 그것입니다.

     

    9배율로 본 폴리에스터 필라멘트사 직물

    그렇다면 박성현 학생의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 실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길이가 좀 길긴 하지만 잘라낸 한지는 화이버이고, 화이버를 가지런히 연결하는 것, 화이버끼리 결속과 강도를 위해 재봉을 하는 방식은 원리적으로 방적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실을 이용해서 원단을 만들고 그 원단이 다시 삼차원의 무엇인가가 될 때, 원사에서부터 변형을 하면 시각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새로운 것이 태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예적으로든 산업적으로든 새로운 소재를 위한 실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의 시각적 물리적 새로움에서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스트 프로젝트라는 브랜드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연입니다.

     

    이영연의 'Try Angle Bag_실버라인'

     

    위에 보이는 클러치는 메탈릭한 넓적한 소재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엮여져 있습니다. 이 디지털적 감성을 표현하는데 사용된 소재가 과자나 라면봉지 같은 우리 생활에서 버려지고 있는 물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시나요. 상품의 포장재 뒷면의 은색부분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제작한 것입니다. 다양한 비닐을 모아 깨끗이 세척하여 필리핀에 있는 장인들의 손을 통해 하나하나 고이 접었는데, 여러 겹을 사용하여 접었기 때문에 견고하며 내구성이 우수합니다. 게다가 비닐의 특성상 생활방수도 가능합니다.

     

    고객들이 모아서 보내준 비닐쓰레기들

     

    이영연은 이렇게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입혀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다양한 합성수지로 생산되는 포장재, 빨대 등을 리사이클한 제품들을 전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판매수익금은 필리핀 수해 가정에게 대중적인 이동수단인 트라이시클을 기부하는데 쓰이고 있으며 제품의 제작을 맡고 있는 필리핀 가족에게 공정한 임금과 고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며 많은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는 일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과 새로운 실을 만든 기획력,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손들이 있기에 너무 하찮아서 버려지는 것들이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은 물건으로 바뀌는 기적이 가능한 것이겠죠. 저스트 프로젝트 덕분에 기뻐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늘어갈 것 같습니다.

     

     

    김민정 4ourt@4ourt.co.kr

    텍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포티(4OURT) 대표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댓글

  • 11:40 2016-06-02

    김민정의 텍스타일 이야기(1)

    문직물(紋織物)

     

    바람 많은 봄날 예술의 전당에서 58일까지 열리고 있는 디자인아트페어에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텍스타일 아티스트 김태연씨가 태피스트리 기법으로 어린아이와 같은 담백한 이미지를 담아낸 작품을 만났습니다. 비닐 소재를 이용해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낸 것인데, 작가의 순수한 내면이 그대로 담겨 있어 참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언제부터 직물(織物)을 짜기 시작했을까요.

    선사시대부터 직물을 짜는 기술이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입니다. 이집트에서 기원전 45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삼베천이 출토되었습니다. 초기의 직물은 거칠고 단순한 조직이었는데 사람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직물에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던 욕구는 세계 각지에서 태피스트리 기법으로 나타났었으니 말입니다. 유럽의 궁궐 내부 벽을 도배하고 있는 태피스트리 직물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 직물의 하나이기도 하죠. 이 기법은 시대를 거듭하며 20세기 후반에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하나의 기법으로도 각광을 받았습니다.

     

    김태연Plastic Flower

    문양을 짜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꽤 역사가 깊습니다. 직물을 짜는 직기가 점점 발달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민속촌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수직기는 지금의 첨단 직기에 비하면 장난감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요즘 수직 공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기는 13세기 유럽에서 완성된 형태라고 합니다. 좌우에 빔을 고정시키기 위한 프레임이 있고 뒤에 경사 빔, 앞에 크로스 빔, 중앙에 종광과 페달, 그리고 위사를 내리는 바디틀로 구성되어 있죠. 지금 어마어마한 양산이 가능하게 하는 방직기의 기본 틀은 이미 800여 년 전에 확립이 된 것이랍니다.

    중세의 수평 직기

    織物에서 발췌

     

    직기에서 위사를 통과시키기 위해 경사를 상하로 움직이게 하는 것을 개구(開口)라고 하는데요, 복잡한 문양을 짜내기 위해서는 경사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중국을 기원으로 하는 공인기(空引機)는 체중이 가벼운 소년이 직기의 위에 올라가서 직수가 지시하는 날실을 올리거나 내리거나 해서 문양을 만드는 직기였습니다. 서양에서는 이 직기를 Draw loom이라고 하는데 작업하는 소년을 Draw Boy라고 불렀다지요.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숙련이 필요한 작업으로 중국 비단을 비롯해 중세의 아름다운 문직물은 이 직기를 통해 태어난 것입니다.

     

    공인기 작업 풍경

    18세기 영국의 문직물()과 프랑스의 문직물()

    5000years of textiles에서 발췌

    인고의 수작업이었던 문직물 스토리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기록될 이름을 남긴 것은 프랑스의 조셉 마리 자카르(Joseph-Marie Jacqud 1752-1834)입니다. 개구작업을 어떻게 손쉽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던 자카르는 공인기와 같이 소년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오토매틱으로 필요한 경사를 올리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1805-06년의 일입니다.

    경사가 한 올씩 코드로 금속 바늘에 연결이 되어서 패턴에 따라 구멍을 뚫은 펀치카드가 순서대로 연결되어 코드를 통해 직기의 상부에 장치됩니다. 각각의 카드가 직수의 지시대로 그 위치에 오면 카드의 구멍부분의 바늘만 끌어올려져서 그에 따라 바늘에 연결되어 있는 경사가 올라갑니다. 그 사이를 위사가 통과하여 문양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모든 카드가 다 사용되면 다시 처음부터 패턴이 반복되는데다가 전력을 이용한 직기가 도입된 것은 18세기 중엽이니까 공인기에 비해 짜는 속도도 빨랐습니다. 1분에 160회까지 위사가 들어가고, 한 번 펀치카드를 셋팅하면 자동으로 움직이니까 이 직기의 출현은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할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후 공업 직물이 크게 발달했을 것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특히 나폴레옹이 이 직기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나폴레옹은 화려한 견직물로 궁중을 호화롭게 장식하여 황제의 권위를 나타내고 싶어서 견직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는 대량 발주로 이어져 프랑스 혁명으로 피폐해졌던 리용의 견직물 산업에 숨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는데, 1805년에 나폴레옹이 리용의 박람회에서 자카르 직기를 처음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오리지날 자카르 직기

    織物에서 발췌

     

    1950년대 일본에서 제작된 자카르 직기

     

    이후 직기자체의 개량도 거듭되었지만 특기할 만한 것은 1979년 하노버 국제섬유기계전에서 상업적인 전자 자카드가 처음 출품된 것입니다. 이전에 펀치 카드를 사용하여 조작하던 경사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제어하게 된 것입니다. 직기 조작의 어려움, 제직할 때 생기는 진동, 고속화의 어려움 등이 해소되었습니다. 게다가 디지털 이미지를 컴퓨터에서 처리해서 전자 자카르 직기에서 읽히면 사진처럼 리얼한 표현도 단 몇 분 만에 짜낼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렇다면 21세기에는 문직물 기술의 하드웨어적 발달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질문은 텍스타일이 환경오염의 문제를 대두시킬 만큼 과잉 생산되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간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발달해 온 기술이 슬며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이렇게 묻고 싶네요.

    우리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문직물(좀 더 넓은 의미로 텍스타일이라고 하고 싶습니다)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앞으로 이 이야기를 나누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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