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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쿠엔즈버킷은
새로운
참기름집입니다
글 최윤호 사진 김규식     2016-10-14

서울 한복판, 아파트로 둘러싸인 허름한 골목 한편으로 ‘쿠엔즈버킷’의 간판이 보인다. 작은 가게 안은 직접 기름을 만드는 시설과 진열된 상품으로 빼곡하다. 이 기름집 주인의 이름은 박정용. 식품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쿠엔즈버킷(Queens Bucket)이란 이름은 영국 왕실과는 별 상관이 없다. 가게 구석구석의 진지한 모습들이 영국답다면 좀 억지일까? ‘Qualified Utility Enhances Everyone’s Need Satisfied.’ 최적화한 사물만이 모든 이의 필요를 만족하게 한다는 가게의 모토에서 브랜드명의 철자를 따온 것도 애틋하다.

그가 선보이는 기름은 재료의 수급, 생산 과정, 맛에서 다른 제품들과 매우 다르다. 쿠엔즈버킷의 생기름을 처음 먹어본 사람들 가운데엔 ‘고소하지 않다’며 당황하는 이들도 있다. 참기름이 고소하지 않다니 무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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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을 짜는 몇 가지 방식들
쿠엔즈버킷은 저온압착(cold pressing) 방식으로 기름을 만든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장점이 있나요?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화학적 방식(초임계추출법-필자 주)에서는 씨앗을 갈아 가루를 내고 용매인 이산화탄소를 넣어요. 용매가 지방을 빨아들인 후엔 휘발시켜서 지방만 남게 하죠. 저급 올리브유처럼 대량 생산을 하는 형태에 사용해요. 엑스트라-버진을 짜내고 남은 박에서 지방까지도 다 뽑아낼 때, 또 우리나라에서도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을 만들 때 많이 쓰는 방식입니다.

물리적 방식(압착법)은 인류가 씨앗 속에 지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오랫동안 발전시켜온 방식이에요. 씨앗의 지방은 배아의 섬유 조직에 흡수된 상태인데 그걸 물리적으로 압착해서 어느 정도 뽑아낼 수 있죠. 그런데 섬유 조직은 스펀지처럼 지방을 흡수하고 있어서 압착만으로는 지방이 잘 분리되지 않아요. 그래서 열을 함께 가해 지방을 분리해냅니다. 이 지점에서 차이가 생기는데요. 최소한의 열을 가하는 저온압착(cold pressing, 섭씨 70도 이하) 방식과 고온으로 압착하는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온도가 높을수록 섬유질에서 지방이 더 많이 분리되고요.


열을 가할 때 지방과 섬유질이 서로 분리가 된다는 건 조직이 헐렁해지기 때문인가요?
섬유 조직을 새까맣게 태우면 거의 돌처럼 딱딱해지고 탄화된 섬유 조직은 지방을 물고 있지 못해요. 그래서 온도를 높일수록 더 높은 수율(收率, 기름을 얻는 비율을 뜻함-필자 주)로 지방을 얻을 수 있어요. 반대로 최소한의 온도로 가열해서 기름을 뽑아내면 지방이 충분히 분리되지 않아서 수율이 낮아지지만 껍질 속의 지방 그대로를 얻어낼 수 있죠. 높은 수율의 착유 과정을 통해 생산된 기름의 문제는 높은 온도로 가열이 된 형태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요리에 사용되었던 건 아니지만요.

고온압착 방식으로 기름을 생산할 때 열에 의해서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거군요.
열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고요. 그보다는 높은 온도로 지방에 열이 가해질수록 벤젠계통의 방향 성분들이 충만해져요.

벤조피렌이라고 하는 물질인가요?
벤조피렌은 벤젠 쪽에서도 더 해로운 물질로 분류된 형태죠. 벤젠계통의 방향 성분은 실제로 유의미하게 검출되는 성분이라기보다는 온도를 높일수록 충만해져서 강한 향을 내는 성분이에요. 원래 깨에는 향이 없지만 볶아지면서 향이 매우 강해지죠. 노릇노릇한 누룽지일 때 맡는 향에 비해서 누룽지가 약간 태워졌을 때 느껴지는 강한 향은 멀리 있어도 맡을 수 있잖아요. 참깨도 곡류이고 알곡(bean)의 특성이 있어서 비슷해요.

조금 무서운 얘기지만 벤젠이라는 물질은 가짜 참기름 사건에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참깨가 아닌 다른 씨앗에서 지방을 화학적으로 추출할 때 수율을 높이는 용매로 쓰기도 하고, 참기름의 맛과 향, 혹은 빛깔을 모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름에 섞기도 한다. 벤조피렌은 탄소 성분이 있는 물질이 탈 때 생긴다. 벤젠과 벤조피렌은 모두 발암물질이고, 식약청은 식용유에서의 벤조피렌 허용 기준치를 정하고 그 이상으로 검출되는 것을 금한다. 그러나 법규로 정한 허용 기준치 이하의 섭취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제조자와 학계 등 여러 분야의 의견은 서로 다르다.

박정용은 되풀이되는 화학 물질의 유해성 논란에서 조금은 비켜나, 우리 식문화에서 인습이 되어버린 참기름의 ‘고소함’을 문제 삼는다. 그것은 냄새 자체보다는 그 주변의 이야기다.

고소함은 재료가 탄화되어 만들어지지만 사람들은 그걸 탄 맛으로 인식하지 않죠. 그 쌉쌀하게 탄 맛이 전통 참기름 고유의 맛으로 소비자에게 각인되고, 제조자도 고온압착 방식으로 기름을 짜면 수율도 좋고 오랫동안 팔아도 괜찮아서 문제 삼지 않아요. 뚜껑을 열면 향이 엄청 강해서 언제 만들었는지 판단하기도 힘들어요. 그래서 어떤 종류의 깨를 쓰던 거의 똑같은 특성의 기름을 만드는 방식이기도 해요. 같은 깨라도 저마다 특성과 차이점이 있는데 그게 없어지는 거죠.

또, 저온압착 방식에서는 기계에 매우 큰 압력이 걸려요. 그래서 기름을 짜는 동안 깨가 들어가서 깻묵으로 나오는 과정이 선순환되는지 계속 지켜봐야 해요. 고온압착 방식은 제조자에게 굉장히 편한 거예요. 기름을 가장 쉽게 짜고 팔 수 있는 제조자 편의 위주의 환경을 찾아낸 것이고요. 그게 소비자에게 용인되고, 오히려 옳은 것처럼 되어버린 것이죠. 저희가 기름을 처음 소개했을 때도 참기름이 맞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 정도의 소비구조가 이미 정착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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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함과 이별하기

쿠엔즈버킷의 기름 맛은 정말 다르죠. 커피와 한 번 비교해보세요. 뜻밖에 비슷한 점이 많아요. 볶는 과정에서 맛과 향이 바뀌는 것도 그렇고요. 우리가 처음엔 쓴 커피를 마셨지만 결국 숨겨진 맛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잖아요. 커피콩은 원래부터 쓴맛이 나지는 않아요. 본래의 신맛이나 단맛처럼 혀가 커피의 새로운 맛을 알게 되면 쓴맛과는 다른 맛에 대해 스스로 찾아가게 되죠. 식품업계에서는 그것을 “혀가 올라간다”고 표현하는데요. 커피와 마찬가지로 기름에서도 혀가 올라가는 경험을 하게 돼요.

고객분들이 저희 참기름을 써보고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도 마찬가지였어요. 예전에 쓰던 참기름은 한 방울만 쳐도 강한 고소함이 음식의 향과 맛을 뒤덮을 정도였지만 정작 기름의 맛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에 비해, 우리 생기름을 죽을 만들 때 채소를 볶으면서 썼더니 참깨 본연의 향과 맛이 코와 혀에서 느껴질 정도로 민감해지더라는 거예요. 소비자들도 저와 똑같은 경험을 하는 점이 신기했고, 커피처럼 기름도 비슷한 문화가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커피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에겐 그것이 공부의 대상이잖아요. 커피처럼 참기름도 취향이 되고, 일종의 문화가 되는, 그런 대상이 되기를 바라는 건가요?
서로 다른 기름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참기름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고 생각해요. 동양적이면서도 기존의 오일에서 느끼던 것과는 뭔가 달라요. 견과류 느낌의 액상이라는 점도 그렇고요. 기존 음식에 썼던 재료와는 또 다른 특성의,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커피나 와인처럼 산지와 종자에 따라, 그리고 로스팅과 같은 제조 방법이나 여러 부분에서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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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참기름 시장
돌이켜보면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은 좀 어정쩡하다고 생각했어요. 참기름이지만 밥을 비벼 먹을 때 쓰는, 고소하게 먹는 그 참기름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참기름’이 아닌 다른 이름을 붙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품공전에 따르면 올리브유처럼 기능성이 있는 다른 물질을 넣거나, 그도 아니면 송로버섯이나 마늘 절편을 넣는, 그런 식으로 참기름을 만들면 ‘참기름’이라는 라벨을 붙일 수가 없어요. 참깨 100%로 만든 유지만 참기름이라는 이름을 쓸 수가 있고, 나머지는 참기름이라는 라벨 대신 ‘향미유’라던가 다른 이름을 붙여요.

‘참기름 맛 기름’도 그런 사례겠군요.
그래서 다른 이름을 쓸 여지는 없었어요. 워낙 가짜 참기름 혼입이 많다 보니 참기름의 질을 높이는 문제보다는 질 저하를 막는 바리케이드가 훨씬 더 중요하게 된 거죠. 그래서 과정을 불문하고 참깨 100%면 전부 같은 ‘참기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어요. 소비자들도 그런 구분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법규가 없더라도 다른 이름을 붙이는 건 위험한 일이죠.

처음 시장에 저희 참기름을 선보였을 때 우리는 그 시장의 일부분을 취한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저희가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시골에서 부모님들이 손수 깨 농사를 짓고 읍내에 나가 참기름을 짜서 자식들한테 보내잖아요. 그런 참기름의 생산과 거래는 분명히 경제 활동이고 소비가 일어나지만, 정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보편적 시장은 아닌 거예요. 그 시장이 차츰 없어지면서 스스로 필요 때문에 구매를 하는 참기름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요. 우선 저가의 깡통 참기름이 들어가는 시장이 생겨났어요. 그리고 국산 참기름을 살 수 있는 소비 계층도 있겠죠. 그런데 둘 다 어떤 기름에 특별한 기호가 있어서 구매하는 시장은 아니에요. 다양한 종류와 방식으로 품질을 평가하고 자연스레 반복구매가 일어나는 참기름 시장이 아닌 거죠.

쿠엔즈버킷이 위치한 지점은 어디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참기름도 일종의 ‘기호’라는 점을 인정하고 먹는 사람과, 한 번 맛을 보더라도 그걸 구매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갈라져 있어요. 이런 시장은 지금에서야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쿠엔즈버킷이란 브랜드의 참기름이 지닌 특성, 그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와 입맛이 생겨나는 과정이 이제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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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름의 유행

요즘 저온압착유나 생들기름이라고 홍보하는 제품들이 많죠. 하지만 그런 종류의 참기름을 만드는 법적 규제가 없다는 거 아세요? ‘생들기름’이라고 이름 붙이기 전에 착유 온도를 몇 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든지 건조과정에서 가열하면 안 된다는 등의 조건이 있는 게 아니어서 누구나 그냥 ‘생들기름’이라는 라벨을 붙이면 그 제품은 생들기름이 되는 거예요.

소비자는 용량별 가격 비교 정도로 물건을 선택하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아요. 건강에 좋다니까 인터넷에서 생들기름을 찾아보고, ‘어떤 곳은 소주병으로 두 병이나 준다’는 식으로 비교하면 ‘이런 것이 진짜 생들기름’이라고 저희가 홍보할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약간 볶아서 짠 생들기름(이 아닌 생들기름)이 훨씬 더 맛있다고 그러시는 분이 있어요.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정말 특이하게도, 볶아서 짠 기름과 다른 향신료가 섞이면 기름의 맛이 오히려 더 묻히는데, 진짜 생들기름은 아무리 강한 향의 향신료가 섞여도 본래의 기름 맛이 그대로 발현돼요. 약한 거 같아도, 어딘가에 섞여 있어도 자기 맛을 내는 거죠. 그런 차이를 알아내는 분들이 있어요.


너무 자극적인 게 넘쳐나니 차분하고 깔끔한 맛이 더 느껴지는 것 아닐까요.
예, 사람의 혀는 정말 특이해요. 그리고 일단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지 않고요.

개인적인 느낌을 빌어 구태여 표현하자면 기존 참기름은 기름의 맛보다는 냄새를 통해 강하게 고소함을 드러낸다. 쿠엔즈버킷의 생참기름은 그에 비해 고소한 향이 적고 강렬하지 않다. 대신 기름 자체의 느끼한 맛이 기존 참기름에 비해 덜한데 그 자리를 부드럽게 고소한 맛이 메꿔주는 느낌이다.

평소 쌀밥에 달걀부침을 얹고 간장 몇 술에 참기름을 떨어뜨려 먹기를 즐기지만, 생참기름을 그런 용도에 사용해본 결과는 썩 좋지는 않았다. 기존 참기름이 간장의 짭짤한 맛에 고소한 향을 채우며 비빔밥을 완성하는 데 반해 생참기름은 간장의 달짝지근한 짠맛과 뒤섞여 충돌했다. 맛도 관습 일부라는 점에서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기억해온 참기름의 그것을 버리고 새로운 맛을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만드는 일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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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거쳐온 참깨의 위협
그렇다면, 기존의 참기름이나 들기름의 고소하고 센 맛과 향, 생산 과정이 문제점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그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에요.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논의가 앞서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요. 일본은 참기름을 우리보다 먼저 짰던 나라예요. 고증 자료를 보면 머리카락을 엮어서 필터까지 만들었다고도 해요. 참기름에서는 정말 선진국이죠. 기계적인 면도 그렇고요. 그런데 일본의 참깨 재배 면적을 한 번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참깨는 고온작물이기 때문에 낮은 위도로 갈수록 더 잘되는데요.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더 잘되는 기후에 속해있지만 자가재배면적이 1%가 채 안 되는 0.2~0.3%밖에 안 되거든요. 바로 중국산 참깨 때문이에요. 농민은 참깨를 재배해야 할 이유를 잃었고, 소비자는 국산(일본산) 참깨로 만든 비싼 참기름을 먹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일본이 지금 그래요.

우리도 시장에 나가보면 중국산 참깨가 훨씬 좋다고 말해요. 일리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우기가 있죠. 참깨는 수확기나 개화기 때 비가 내리면 속이 물러지고 병이 생겨서 좋지 않아요. 그런데 중국에는 씨만 뿌려놓아도 온도가 적당해서 잘 자라고 병도 잘 없는, 그런 곳들이 있어요. 연작 피해 없이 바꿔서 경작할 면적도 충분하고요. 그렇게 생산된 중국산 참깨는 품질이 나쁘지 않아요. 그런데 중국은 최대의 참깨 수출국이면서도 최대의 수입국이기도 해요. 문제는 미얀마나 수단과 같은 곳에서 다량의 참깨가 중국으로 들어온 후 중국산과 섞여 국적세탁을 해서 나간다는 사실이죠.

미얀마에서 중국으로 깨가 들어오는 과정을 보면요. 배를 타고 들어오기 직전에 적재되는 곳이 벌레가 많은 습한 환경이에요. 그래서 훈증을 하는데, 그게 고기를 훈연하는 정도가 아니라 독가스로 생물체가 살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요. 그렇게 중국으로 가져온 후 바람으로 불어서 씻고 겉보기에 매우 깨끗한 상태로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와요. 또, 인도에서 수입되는 깨를 살펴보면 볶을 때 생성되는 벤조피렌이 검출되기도 해요. 논문을 찾아봤더니 인도는 워낙 많은 양을 수확하기 때문에 그걸 모두 열풍으로 건조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값이 싼 카바이드나 화석연료를 태운 공간에 깨를 넣고 말리는데, 그러면 거기서 나오는 벤조피렌이 깨에 흡착되는 거죠.

우리가 국산 참깨를 재배하고 그걸 재료로 기름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생태계를 잃어버리면 우리도 일본이 걸어간 길을 똑같이 갈 수밖에 없어요. 일본산 참깨유를 현지 시장에서 찾아보면 100ml도 채 안 되는 용량을 10만 원에 팔아요. 그런 시장으로 우리가 급격하게 갈 수 있어요.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의 제조 방식에 대해서는 더욱 넓은 시각으로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고온 착유나 유해물질 검출과 같은 문제에 매몰되어 업계 전체를 공격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식용유 시장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상대적으로 먹기에 안전한 국산 참기름 시장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래서 중국을 거쳐온 참깨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공장의 대량생산으로 시장 전체가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네, 공장 시스템에서 화학적으로 추출하는 방식은 위생에서 훨씬 더 나은 것으로 간주하고, 압착식으로 기름을 생산하는 우리 주변의 몇 안 되는 기름집들 전체가 일급 발암물질이 나오는 환경으로 매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값싸고 발암물질 걱정은 (일단) 없는 용매 추출식 기름이 시장을 지배하겠죠. 그나마 남아있는 재래시장만이라도 생존해서 앞날을 도모할 수 있어야만 해요.

우리는 우리만의 새로운 방법으로 기름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요.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소개하는 것이 쿠엔즈버킷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2세로 넘어가는 기름집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이런 새로운 방식의 생산법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두고 있어요. 실제로 도전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고요. 저희 기름에 호의적인 분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일도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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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파트너십, 연대
규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산 규모에 따라 가능한 품질의 한계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정한 규모와 품질을 계속 유지하는 일 자체도 콘텐츠의 일부인 것 같고요. 그런 가치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생각인가요? 소규모 생산 자체에 의미를 두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규모와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서 판로를 확대한다든지, 뭔가 다른 물건이 되는 걸 거부하지 않겠다는 분도 있거든요.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확실한 생각이 있었어요. 저희는 “도심형 작은 공장을 지향한다”는 것인데요. 공장에서 유통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물건이 아니라 건강하고 신선한 기름을 만들어서 바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정말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선한 기름을 이길 방법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커피도 갈리면서 맛이 간다고들 해요. 마찬가지로 섬유질에서 지방이 빠져나오는 시점부터 산패는 시작되죠.

예전에도 소비 지역 내에 방앗간이 있었던 것처럼 작은 공장이 있을 필요가 있어요. 이 공장의 형태는 소규모로 되는 것이 맞고요. 거점이 될 수 있는 곳마다 도심형 작은 공장들을 만들고 지역마다 그곳의 산물로 특화된, 그 지역만의 느낌을 살린 리미티드한 제품들을 선보이는 거예요. 물론 모든 지역에 걸쳐 같은 제품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한데 묶여서, 대여섯 군데의 공장들이 전체적으로 쿠앤즈버킷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가보려고 했었어요. 지금도 그렇게 해보려고 계획 중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분들의 사업 참여도 가능한가요?
참여를 희망하는 분들은 많은데요. 기름을 생산하는 일이다 보니 작업 윤리와 같은 태도가 중요해요.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정착된 시장이 아니고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영역이에요. 사업이 유망하니까 길을 열어주고 이렇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갈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면밀하게 준비를 하고 있어요.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요즘 프랜차이즈의 획일화한 방식과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협업과 같은 외부와의 소통도 많이 생각하고 계시나요?
네, 아직 저희 네트워크도 작고, 저희가 보는 눈도 충분치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트너의 필요성을 많이 느껴요. 서로 네트워킹을 하면서 각자 구심점이 될만한 분들이 모여서 일을 하면 좀 더 나은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제조 분야나 생산지 관리와 같은 일은 정말 잘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형식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실행하는 등의 일들은 저희가 잘 모르는 분야예요. 저희가 도저히 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여러분들을 모시고, 그간 준비한 비즈니스 모델이나 앞으로의 계획들을 소개하고 함께 의견을 모아서 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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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호 ssall@ssall.com 대학에서 공예와 디자인사를 배웠고 디자이너, 전시 기획자, 번역자, 연구자, 편집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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